위고비의 파급력은 어디까지?

GLP-1 비만치료제가 불러온 산업 지형 변화 

위고비를 비롯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전 세계 산업 판도를 크게 흔들고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단순히 체중 감량용으로 그치지 않고, 소비 행태와 경제 구조 전반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약 분야를 넘어 예측하지 못한 산업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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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업계의 실적 상승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155억 6천만 달러에 달했으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6.31달러로 61% 상승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또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흥행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매출이 18% 증가한 242억 달러, 영업이익은 29% 늘어난 112억 8,7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최근에는 위고비를 MASH(대사 기능 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용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며 FDA 승인을 받아 더 넓은 환자층을 대상으로 처방이 가능해졌습니다. 

폭발적 성장의 배경 – 비만 인구와 의료 패러다임 변화 

GLP-1 시장은 제약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시장조사기관 Towards Healthcare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628억 달러, 2034년에는 2,684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1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성장세의 밑바탕에는 1975년 이후 세 배 이상 증가한 전 세계 비만 인구가 있습니다. 비만을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바라보는 의료계의 인식 변화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오젬픽·위고비)와 일라이 릴리(마운자로·젭바운드)가 주도하고 있으며, 암젠을 비롯한 후발주자들도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월 1회 투약이 가능한 AMG 133을 비롯해 경구용·패치형·다중작용제 등 다양한 혁신형 치료제가 개발 중입니다. 모건스탠리는 2035년이면 미국 인구의 약 9%에 해당하는 3,150만 명이 GLP-1 약물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체중 감량이 대중화되면서 사회 전반의 소비 패턴과 건강 지표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노보 노디스크 CEO 요르겐센은 “여러 식품회사 경영진이 위고비 열풍을 두려워하며 직접 연락을 해올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식품 산업에 닥친 직격탄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식품업계입니다.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GLP-1 복용자들은 약물 사용 후 6개월간 식료품 지출을 평균 5.5% 줄였고, 특히 탄산음료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월마트 조사에서도 약물 복용 고객은 식품 지출을 줄이는 대신 운동·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일부 기업들은 신속하게 대응 중입니다. 스무디킹은 ‘GLP-1 서포트 메뉴’를 출시했고, 네슬레는 전용 식품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고단백 위주의 소포장 제품이나 ‘GLP-1 친화적’이라는 라벨이 붙은 상품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GLP-1의 효과는 술, 담배, 쇼핑 등 중독성 소비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복용자 다수가 갈망 감소를 경험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는 뇌의 보상 회로에 작용하는 약물 특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이 효과가 임상적으로 입증된다면 주류 산업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변화 

체중 감량으로 인해 비만 관련 질환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당뇨 관리기기, 투석센터, 수면무호흡증 및 관절염 치료 시장 등 이른바 ‘비만 경제’ 의존 산업들이 대표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글로벌 수면무호흡 치료기기 기업 레즈메드는 릴리의 임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지만, GLP-1 복용자의 치료 시작률과 재구매율이 오히려 높다는 데이터를 공개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형외과 분야도 논란이 큽니다. 체중 감량으로 수술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비만으로 수술을 미뤘던 환자들이 체중 감량 후 수술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당장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합니다. 

항공·패션·뷰티·여행 산업으로 번진 파급력 

체중이 줄면 항공기 연료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인 평균 체중이 10파운드 감소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연간 약 8,0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큰 사이즈 의류 판매가 줄고 작은 사이즈 판매가 늘었으며, GLP-1 복용자의 운동 빈도 증가와 헬스장 신규 가입이 보고되면서 웰니스 관광 및 여행·레저 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체중 감량 부작용인 얼굴 피부 처짐을 해결하기 위한 스킨부스터·고주파 리프팅 시술 수요가 증가하며 뷰티 업계 역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제 전반에 기여하는 효과 

골드만삭스는 GLP-1 확산만으로 미국 GDP가 약 0.4% 상승할 수 있으며, 최대 1% 이상까지 성장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만 관련 의료비 지출은 미국에서만 연간 1,730억 달러, 2035년 전 세계적으로는 4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GLP-1 약물이 이러한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임으로써 각국 재정에 장기적인 긍정 효과를 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식품·음료 산업 성장 둔화, 웰니스·패션·바이오 산업 성장 등 GLP-1의 효과가 국내 경제에도 나타날 전망입니다. 특히 자체 기술로 차세대 비만치료제를 개발해 성공한다면,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를 잇는 한국의 핵심 수출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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